약 이삼주쯤 전에 [루비박스]라는 출판사로부터 연락을 받았습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루비박스]는 얼마 전에 [엔더의 게임]을 출간했던 출판사입니다.) [루비박스] 측에서는 자신들이 [화성의 공주]에 대한 한국어판 독점 출간 계약을 맺었으니 [기적의책]의 출간은 불법이라고 주장하며 수차례에 걸쳐 출간업무 진행을 중단할 것을 요청하였습니다.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화성의 공주]의 작가 버로우즈는 1950년에 사망하였으니 죽은 지 50년이 넘은 작가입니다. 국내법상 작가 사후 50년이 지난 저작물은 퍼블릭 도메인이 됩니다. 작가가 미국인이든 영국인이든 일본인이든 상관없이 말이죠.
그런데 [루비박스] 측에서는 피카소의 예를 들며 예외적인 경우가 있다는 주장을 하더군요.
고로 출간하려면 정식 계약을 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피카소의 경우와 같습니다. 피카소도 사후 50년이 지났으나, 여전히 유족/회사에서 전세계에 걸쳐 엄격히 관리되고 있습니다.
버로우즈의 경우도 미국의 <Edgar Rice Burroughs, Inc>가 저작권 관리 회사이며, 저희 루비박스 출판사는 최근 이 회사와 정식 독점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상하죠? 피카소는 죽은 지 35년밖에 되지 않았는데 그걸 예로 들며 저를 설득하려 하다니요. (게다가 어문저작물과 미술저작물을 같은 범주로 본다는 것도 말이 안 되긴 합니다만.)
그래도 저작권법이라는 게 엄청 복잡하다 보니 혹시나 예외조항이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작권법에 대해서는 국내에서 가장 권위적이라 할 수 있는 [저작권위원회]를 통해 예외조항이 있는지를 문의해 보았습니다.
알고 계신 것처럼 우리나라에서는 외국인의 저작물도 우리 저작권법에 따라 보호됩니다.
그러므로, 저작자 사후 50년까지만 보호되고 달리 예외 규정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감사합니다.
예상대로 저작권위원회 측에서는 예외조항이 없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미국에서는 저작권법상 작가 사후 70년까지 저작권을 보장해 줍니다. 그러니 [루비박스]의 계약과 무관하게 [기적의책]은 합법적인 출간을 하는 것이죠. 다들 아시는 대로 아직 한미FTA 는 양국 국회의 비준을 받지 못했습니다. [루비박스]의 독점권은, [루비박스]가 미국에서 유통망을 깔고 한국어판을 미국 내에 판매할 경우에나 유효한 독점권인 셈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루비박스]에서는 제게 출간을 하지 말 것을 계속해서 요청하였습니다. 출간을 강행할 경우 '정식 계약자로써 주요 서점과 웹서점에 판매금지 요청을 할 수 있'다고 하며 '또 추가 조치로 법적 조치를 할 수도 있습니다. 저작권에 관한 사항은 민사뿐만 아니라 형사사건에도 해당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경우 판결에 따라 기존에 판매됐던 판매분에 대해 소급해서 배상해야 하며, 형사사건으로 피해를 입으실 수 있습니다.'라는 말씀을 하시더군요.
제가 저작권위원회의 답변 내용을 [루비박스] 측에 보내자 이후로 제게 특별한 연락을 하지 않으시더군요. 그 후로 일주일 이상 [루비박스] 측의 연락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러던 중 이틀 전, 4월 4일에 어이없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이번 책에 추천사를 써주기로 한 분과 해설을 써주기로 한 분에게 [루비박스]에서 연락을 했더군요. 자신들은 정식 계약을 한 합법적인 출판사인데 [기적의책]은 계약을 하지 않은 불법 출판을 하는 곳이다, 그러니 원고는 자신들이 쓰겠다, [기적의책]에 원고를 주지 말라 라는 주장을 했다고 합니다. (거쳐 들은 것이니만큼 내용이 정확하지는 않습니다)
혹시나 [루비박스] 담당자 분께서 이 글을 보고 계신다면, [루비박스]에 보낸 회신에서도 했던 말이지만 다시 한 번 말씀드립니다 :
[화성의 공주] 를 당사에서 출간하는 것에 법적인 문제는 전혀 없습니다. 당사에서는 해당 서적의 출간을 예정대로 진행할 것입니다. 이에 대해 정식 계약자로서의 권리를 주장하며 서점 등에서의 판매를 금지하는 요청을 하실 경우 형법 313조 및 314조에 의해 업무방해죄가 성립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당사의 출간이 불법이라는 주장을 계속하실 경우 저작권법 137조 6항에 의해 부정발행등의죄가 성립할 수도 있습니다.
[루비박스] 측의 주장은 기본적으로 잘못된 것입니다. 존재하지도 않는 저작권을 계약했다고 해서 독점권이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당사의 출간은 극히 합법적인 것이며, [루비박스]의 저작권은 한미FTA가 양국의 비준을 통과한 후에나 성립됩니다. 또한 그런 후에도 [기적의책]의 출간물은 여전히 합법이며 기존 재고가 전량 소진되었을 경우 재간을 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본 홈페이지의 게시판에 적혀 있는 글 때문에 걱정하시거나 오해하는 분들이 있을까 저어됩니다. [기적의책]은 아무 문제가 없는 출간을 하고 있습니다. 절대 문제 없으니 걱정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어이없는 일에 휘말려 출간 진행이 조금 지연되었습니다. 출간을 기다리는 많은 분들께 이 점 사과드립니다.
화성의 공주를 목타게 기다리고 있는 한사람으로서 일단 힘내시라는 말씀 드리고 싶구요.
루비박스의 입장도 이해가 갑니다. 화성의 공주를 아무도 발행하지 않을거라고 예상했는데 이제와서 자신들보다 먼저 출간하는 곳이 있다니 적잖이 당황했겠지요. 게다가 자신들은 저작권까지 구매했으니까요. 이 시점에서 이미 자신들에게 손해가 발생이 되구요. 뒤늦게 화성의 공주를 출판하더라도 이미 기적의 책 판으로 구매한 사람들이 사람들이 다시 구매할지는 미지수니 역시 손해가 발생이 되겠지요. 하지만 퍼블릭도메인인것은 확실하니 이 시점에서는 경쟁에서 한발 늦은 거니까 치사(?)하게 법으로 금지한다느니 어쩐다느니 하는것과 추천사를 아무런 상의없이 무단으로 가져가려고 한 점은 잘못되었다고 생각이 됩니다. 어떻게 해서든 출판을 방해해서 자신들의 상품만을 판매하려는 걸로 밖에 보이지 않네요. 한편 솔직한 심정으로 비좁은 sf출판시장에서 엔더의 게임을 재출간하는 등 점차 sf도서를 발간하려는 움직임이 보이는 루비박스를 매도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저로서는 두 출판사에서 나오면 둘 다 구매할 생각이니 서로서로 좋게 잘 마무리되었으면 좋겠습니다. ㅠㅠ 투니즘님 힘내세요.
4/8 오후에 루비박스 측으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아래 내용과는 몇몇 부분에서 다른 내용이니, 아래의 글만 읽고 판단하지 마시고 이 글도 함께 읽어 주시기 바랍니다. (2008.04.08. 19:46)
격려 감사드립니다.
루비박스의 입장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루비박스의 상황은 자초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제가 화성의 공주를 출간하겠다고 뛰어든 게 재작년 말, 화성의 공주 출간한다는 말을 인터넷에 처음 한 게 작년 9월, 이 홈페이지를 개장하면서 본격적으로 화성의 공주 출간을 이야기한 게 작년 10월입니다. 짧게 잡아도 6개월입니다.
해외 저작물을 계약해서 출간하는 출판사라면 저작권법의 기본은 당연히 숙지하고 있을 겁니다. 퍼블릭 도메인을 (FTA 비준을 대비해서이겠지만) 계약까지 한 출판사가, 기존의 출간 서적이 있는지 혹은 타 출판사가 출간 준비를 하는지 전혀 확인하지 않았다는 건 그 나름대로의 잘못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와 관련해서 제가 루비박스를 곱게 볼 수 없는 것은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하나는 저작권법을 언급하며 제가 하는 행위를 불법적 행위로 매도했다는 점입니다. 기존에 책을 수십 권이나 낸 출판사가 저보다도 더 저작권법을 모르지는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 부분은 루비박스의 (거짓 정보를 바탕으로 한) 위협/협박으로밖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만에 하나 루비박스가 진짜로 저작권법을 몰랐던 거라면, 더 이상 언급할 가치도 없는 것이겠지요.
다른 하나는 해설가분께 연락하는 과정에서의 일입니다. 당사에서 이미 컨택을 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 그분에게 계속해서 '정상적인 출판을 하는 곳에 원고를 달라'라는 요청을 했다는 것입니다. 애초에 기적의책을 동등한 출판사로 보고 있지도 않은 것이지요. 여기에서도 마찬가지로, 제가 추측하건데 루비박스가 저작권법에 무지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해설가분에게도 거짓말을 일삼은 것이 될 것입니다. 혹여 진짜로 저작권법을 몰랐다 해도, 제가 보낸 회신 메일을 보면서 '불법'이 아닌 '합법'임을 확실히 인지했을 것입니다. 그러니 결국 어떻게 생각해 보아도 루비박스에서는 저와 기적의책을 무시했고 해설가분에게 거짓말을 일삼으며 회유하려 한 것입니다.
비좁은 출판 시장에서 SF 전문 출판사가 하나라도 더 생기면 물론 좋습니다. 가급적이면 많은 출판사가 생겨서 정말 좋은 작품들이 많이 출간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주위에서 계속해서 좋은 SF가 소개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건 SF 팬덤의 한 명으로써 당연히 갖고 있는 마음입니다. 그렇지만 루비박스도 그런 마음을 갖고 있는지는 의문이 드는군요.
며칠 전 루비박스의 방해공작이 꽤나 유효한 결과를 가져왔고, 결과적으로 제가 만들려던 책의 완성도가 꽤나 감소되게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루비박스에서 나오는 책의 완성도가 그만큼 높아지는 것도 아닙니다. 팬덤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이런 부분이 어떻게 받아들여질지는 누구나 추측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고만고만한 책 두 권이 나온 후에, 경쟁적으로 마케팅을 하면서 책값은 쑥쑥 올라가는...(요건 농담입니다.)
길게 적었습니다만, 결론은 간단합니다. 이미 지나간 일을 되돌릴 수는 없습니다. 그간 제가 너무 늑장을 부렸기 때문에 이런 일이 발생했다고도 생각합니다. (올 1월경에 나왔다면 이런 일은 없었겠지요.) 지금 상황에서,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을 할 것입니다. 할 수 있는 최고의 만듦새를 이루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많은 분들의 격려 정말 감사드립니다.
써드리고 싶기야 합니다만 오탈자 재교정도 못한 상황에서 뭐라고 말씀드리기가; (쿨럭) 게다가 지금 중국에 나와 있어서... 힘내시길 바랍니다^^
서평 맡아서 쓰겠다는 사람이 딱히 안 나타나면, 그러니까 정말 사람이 없으면, 그때 파스타지 쪽지나 문자(제 핸드폰에는 투니님 번호-- 바뀌셨을지도 모르겠지만 --가 있는데, 투니님께는 제 번호가 없을지도;;) 로 연락 주세요.
이 이메일 주소로 원고 받으실 주소와 연락처, 성함을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jangnaneun@ije.geuman
…그러니까 빨리 내세요!! FTA 체결할 때까지 딱 100쇄만 찍으세요. @.@;
ps. 비준을 늦추는 미국과 한국 의회에 축복있으라…(는 좀 블랙 유머)


이런 횡포는 널리 알려야 할것 같습니다...
내용을 모르는 사람들은 정말 이 말을 믿을것 같네요...